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이다. 재임 기간 동안 저 인간 왜 저러나 싶었던 때도 있었고 그의 행보가 모두 이해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무현이라는 인간을 좋아했고 그 사람이었기에 이루어냈던 성과들,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을 왕에 버금가는 자리에서 국민의 일원으로 가지고온 성과 만큼은 정말 좋아했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가 우리 사회의 소위 ‘가진 자’ 층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짜 서민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상고 나와서 스스로의 힘으로 고시 패스하고 판사자리 때려치우고 나와서 인권 변호사 했던 사람이다. 청문회 때 우리 국민 모두가 던지고 싶어했지만 차마 못했던 질문을 소리 질러 던졌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게 반가웠다. 조선 말기 나라 파 먹고 잘 살던 친일파의 후손이 아니라서 좋았다. 고급 교육 받은, ‘그들’에 속하는 사람 아니라서 좋았다. 집안이 없는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하면 된다는 예를 보여주는 사람이라서 좋았다.
임기가 끝난 다음 보복성 수사. 나도 그에 대해 실망하기도 했다. 보복성 수사와 언론의 웃기는 보도에 콧방귀를 흥 뀌어주긴했다. 우리말로 얼마인지 쓰면 얼마 안되는 거 표나니까 끝까지 달러로 육백만 달러, 사십만 달러… 당시 환율이면 끽해야 60억, 4억이다. 차떼기 기억 안나나? 그 정도 금액이 당신들이 받아 쳐먹는 돈에 비해 코끼리 잔등의 땀띠 정도 될까?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재의 상황이,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는 사실이, 검찰을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스스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다니. 사실 그에게 두번째 실망을 했다.
어제 이런 충격이 슬펐던 이유는 결국 우리 나라에서 나오기 힘든 그와 같은 role model의 종말이 너무 비참하기 때문이었다. 못 살고 과외 못 받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는 어떤 어려움이라도 견디고 끝에는 행복해졌어야 했다. 그럴 의무가 있었다. 이렇게 기존의 가진 자들에게 몰려서 절벽에서 뛰어 내려서는 안되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의 자살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가. 배경없고 교육 못 받고 스스로 성공한 자수성가형 리더의 종말은 기존 가진 자 세력에게 핍박받고 그에 결탁한 검찰에게, 언론에게 걷어채이고 헐뜯기고 결국 뛰어내려야 한다는 말인가. 그의 죽음은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다. 서민의 죽음이다. 서민에겐 위대한 꿈을 꾸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저 분수를 알아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소비나 하고 아이들이나 죽죽 낳으면서 대충 비비고 살다가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마음이 아프다. 이 나라엔 이제 극복할 수 없는 신분의 격차가 생겨버렸다. 화가 난다.
현재 지못미라는 단어만큼 그에게 해주고픈 절절한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그의 마지막 장례만큼은 국장을 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분수를 알고 사그러지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말았으면 한다. 그래도 전 대통령이다. 최고 자리에 올랐던 사람이다. 퇴임 이후 어떻게 되었든 간에. 그에게는 그가 평생 이루었던 성과에 대한 예우와, 사람들의 기대에 걸맞는 작별 인사가 필요하다. 뛰어내린 것 만으로도 충분히 비참하다. 국장이 끝나면 현충원에 묻히길 바란다. 유족들이 여태까지 고생했던 것, 그리고 그 동안 대통령 가족으로서 누렸던 것을 고려해서 당신들만의 바람대로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그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말이다.



